김세용 SH공사 사장 "서울엔 남은 택지 거의 없어...'스마트시티'로 도시재생이 답"

입력 2018-04-27 17:50   수정 2018-05-13 16:52

청년 일자리 만드는 캠퍼스타운… 서울 전역으로 확산 시킬 것

뉴타운 총괄계획가 활약
서울 최대 규모 장위뉴타운 참여
충청권 정비사업도 진두지휘

목표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
'안암동 캠퍼스타운' 프로젝트 역점
스타트업 생겨나며 일자리 늘어나
주거지역 정비되자 주민들도 반겨
"일자리창출·도시재생 일석이조 효과"

서울을 '스마트시티'로 만들 것
마곡지구에 스마트 기술 대거 적용
첨단기술 적용해 효과적으로 관리
"임대주택·청년주택에도 적용할 것"



[ 선한결 기자 ] “미국엔 ‘소울 푸드’란 게 있습니다. 흑인들이 어렵게 살던 노예제 시절부터 함께 나눠 먹던 전통 요리입니다. 저렴하고 쉽게 구하는 재료로 꼭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의 소울 푸드는 단연 해장국입니다. 소울 푸드 같은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겁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실제 삶에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는 거니까요.”

올초부터 SH공사를 이끌고 있는 김세용 사장(사진)과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어머니대성집’에서 만났다. 50년 전통 해장국집으로, 고려대 인근 노후 주택 밀집지역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그는 해장국을 시키며 “2012~2015년과 작년 고려대 관리처장으로 일할 때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 신축과 자산관리 업무를 맡다 보니 기존 연구나 수업시간을 피해 아침 일찍부터 회의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침부터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의견을 나누다 보면 허기가 지잖아요. 이곳에서 직원들과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곤 했습니다.”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해장국이 나왔다. 기름을 한 번 걸러낸 맑은 국물에 다진 고기가 가득했다. 한술 뜨자 입안에 깊고 고소한 맛이 감돌았다. 탱글탱글한 선지가 식감을 더했다. 뜨끈한 해장국 그릇에 숟가락이 오가는 동안 김 사장은 앞으로 역점을 두고 시행할 다양한 도시재생 모델을 설명했다.

“숲까지 보는 도시설계 매력”

김 사장은 1988년 고려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학부 시절부터 도시설계에 관심이 많았다. “나무(건물)도 보고 숲(도시)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개별 건축물 공부를 하다 보니 건물 여럿이 모인 지역 일대 밑그림 격인 도시계획도 궁금했다”며 “도시설계는 건축과 도시계획의 접점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에 전공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직후 건축대학원 대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땅과 건물을 비롯해 자연환경, 교통, 디자인 등을 아울러 연구했다. 그는 “이 시대 도시 문제는 한두 가지 학문에서 나온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소규모 임대주택 하나를 건설하더라도 연령 구성, 일자리 현황, 인근 편의시설 수요·공급 추이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석·박사 과정을 끝낸 뒤에도 ‘통합적 도시설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2006년 고려대 건축학과 부교수로 임용된 직후엔 ‘도시계획 및 도시설계 연구실’ 설립을 주도했다.

김 사장은 “국밥에 다진 고추 양념을 풀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맑은 국물에 함께 나온 다진 고추를 풀자 칼칼하고 얼큰한 맛이 더해졌다. 곁들여 나온 배추김치는 새콤한 맛과 아삭한 질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웠다.

“일자리와 연계한 도시재생 추진해야”

김 사장은 학계에 오래 몸담았다. 그간 국제과학논문색인(SCI) 등에 70여편의 논문을 썼다. 하지만 그간 논문만 쓴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청 일대 뉴타운 사업에 총괄계획가로 참여했다. 총괄계획가는 개발이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사업 전 과정을 전반적으로 계획하고 관리·감독하는 주체다. 장위뉴타운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뉴타운 사업을 여타 뉴타운보다 빨리 마쳐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낮에는 뉴타운 사업을 기획하고, 밤에는 도시재생을 연구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크고작은 각종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 나름의 도시재생 원칙이 세워졌다. 김 사장은 “인프라 구축이나 주거지 소규모 정비는 도시재생의 전부가 아니라 주요 방법일 뿐”이라며 “재생사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014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교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때에 도시재생에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거듭 깨달았다”고 했다. 컬럼비아대는 뉴욕 맨해튼 북쪽 할렘과 가깝다. 한때 대표적인 슬럼가로 악명 높던 할렘은 대학과 연계한 도시재생 사업을 벌이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생명공학, 정보기술(IT) 등 첨단 연구시설이 들어서면서 새 일자리가 생겼고, 이에 따라 주거지역이 정비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해장국을 먹다 보니 함께 시킨 모둠수육이 나왔다. 두툼한 소고기 양지머리와 각종 내장 고기가 푸짐했다. 잡내 없이 삶아낸 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캠퍼스타운 재생에 역점 둘 것

김 사장은 2016년 대학 연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SH공사 사장 임명 직전까지 총괄 지휘한 서울시 캠퍼스타운 시범사업 ‘안암동 프로젝트’다. 캠퍼스타운은 대학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을 재생하는 사업이다. 그는 “워낙 애정이 있는 사업이라 SH공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휴일에 종종 가서 돌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안암동 프로젝트는 새 일자리를 창출해 고려대 주변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첫 사업으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공간을 여섯 곳 마련했다. 대학생 사이에서 흔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 대신 제조형 스타트업을 공모받아 입주시켰다. 넉 달 만에 연 매출 3억원짜리 스타트업이 나왔다. 특허 실용신안은 30개를 넘겼다. 김 사장은 “스타트업 몸집이 커지면서 직간접 고용이 늘어 일자리가 300여 개 생겼다”며 “효과가 나타나자 처음엔 회의적이던 주변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과 대학생, 주민이 상생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창업 공간을 마련해 장비 놓을 공간이 부족한 자연대학에 창고로 일부를 내주고, 그 장비를 대학생 스타트업이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식으로 제조업 창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대학 연계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시티가 서울의 경쟁력

김 사장은 도시재생에 관해 얘기하는 내내 ‘선순환’을 강조했다. 서울엔 남은 택지가 거의 없는 만큼 이제 지속 가능한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의 필요성은 도시뿐 아니라 SH공사에도 적용된다”며 “기업으로서 적자를 보면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서울의 특장점을 발굴해 키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서울은 글로벌 금융 중심지 경쟁을 하기엔 늦었다”며 “우리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의 장점으로 ‘IT’를 꼽았다. 이를 활용해 스마트시티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서울은 IT 유망 기업이 많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게 발전된 도시라 첨단기술을 적용해 관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해외에 SH 브랜드 첨단 주택을 수출하면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곡지구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대거 적용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SH공사가 조성하는 임대주택과 청년주택에도 생활밀착형 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해 하드웨어를 한층 발전시킬 것”이라며 “앞으로는 SH공사가 짓는 주택이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 산하 공기업 설립 "주거복지 넘어 공간복지로"

SH공사는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1989년 설립됐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으로 택지개발, 주택 건설, 임대주택 공급·관리 등 주로 주택 사업에 주력해왔다. 지난 1월 취임한 김세용 사장은 “기존 SH공사가 추진해온 주거복지에다 ‘공간복지’를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실을 신설하고 도시재생사업 부서를 강화했다. 택지사업본부는 폐지하고 도시공간사업본부를 설치했다.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했다. 도시재생 등 새 먹거리를 적극 발굴하고, 시민 생활 밀착형 인프라 조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1965년 광주광역시 출생
△1988년 고려대 건축학과 졸업
△1991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1997년 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2001년 건설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위원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건축대학원 석사
△2004년 서울시 균형발전촉진지구 마스터 건축가
△2006년 고려대 건축학과 부교수
△2009년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2012년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2013년 한국주거학회 부회장, 국가건축정책위원
△2014년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상임이사
△2016년 한국도시설계학회 학술부문 부회장
△2018년 SH공사 사장

■ 김세용 사장의 단골집 어머니대성집
8시간 끓여낸 해장국… 소고기·선지 푸짐

서울 용두동에 있는 ‘어머니대성집’은 인근 주민과 고려대 학생, 교직원들이 부담 없이 자주 찾는 해장국집이다. 1967년부터 용두동 사거리 뒷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50년 맛집이다 보니 멀리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개업 초기 고려대 학생이었던 이가 자식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소고기와 선지가 푸짐하게 들어간 해장국(9000원), 위에 고기를 더 얹은 특 해장국(1만원)이 대표 메뉴다. 두 번 오래 끓여내 맛이 깊고 진하다. 소뼈와 다진 양지머리, 내장 고기와 함께 우거지 콩나물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8시간 동안 끓인다. 선지와 양념을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여낸다.

육회비빔밥(1만5000원)도 별미다. 신선한 소고기 육회와 각종 채소가 이 집 특제 양념장과 함께 나온다. 꼬치산적(1만원), 소고기수육(3만원) 등 술안주로 제격인 요리도 인기 메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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